https://sports.v.daum.net/v/20191128094941722
한국프로야구 선수협회(이하 선수협) 사무총장이 바뀐다. 재신임을 받지 못한 김선웅 사무총장은 3년 임기를 끝으로 선수협을 떠난다.
야구계 정통한 관계자는
“
최근 선수협 10개 구단 대의원들의 논의 결과, 11월로 임기가 끝나는 김선웅 사무총장을 교체하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조만간 새로운 인사를 영입해 선출하는 절차를 진행할 것
”
이라 전했다. 김 총장도 엠스플뉴스와 통화에서 “최근 연임 불가 통보를 받은 게 맞다”고 인정했다.
FA 제도 개선안 ‘거부’ 결정 과정에 김선웅 사무총장과 수뇌부 의견 엇갈려

선수협 이사회 장면(사진=선수협)
김선웅 사무총장(49)은 사법연수원 29기 변호사 출신이다. 금융감독원,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를 거쳐 2012년 사무국장으로 선수협과 인연을 맺었다. 2016년 8월 박충식 전 사무총장이 사임한 뒤 사무총장 대행을 맡았고, 그해 12월 정식 사무총장으로 선출돼 선수협을 이끌어 왔다.
이번 사무총장 교체는 FA(자유계약선수) 등급제 도입 등 제도개선 성과를 내지 못한 게 일차적인 원인이다. 김 총장은
“
실적을 내지 못했기 때문에 이의는 없다. 선수들의 결정을 겸허히 받아들인다
”
고 담담하게 밝혔다.
취임 당시 김 총장은 “FA 보상선수 제도 개선과 부상자 제도 도입을 목표로 삼겠다. 불합리한 야구 규약이나 계약 등을 개선해 나가는데 법조인으로서 기여하고 싶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KBO와 구단 쪽에 일방적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선수협의 역할엔 한계가 뚜렷했다.
지난해 9월 KBO는 이사회 의결을 거쳐 FA 등급제와 FA 취득기간 단축, 최저 연봉 인상 등을 FA 총액 상한제(80억 원)와 맞바꾸는 제도 개선안을 제시했다. 대어급 FA 선수를 보유한 구단들이 주도해 만든 이 안은 선수협의 거부로 실행되지 않았다.
최근엔 KBO 실행위가 FA를 A·B·C 등급으로 분류하는 좀 더 진전된 안을 내놓았지만, 이번에도 선수협이 거부하면서 사실상 김 총장 임기 내 제도 개선은 무산됐다. 선수협은 KBO를 상대로 공정거래위원회 제소를 검토 중이다.
선수협 사정을 잘 아는 야구인은
“
이번 결정 과정에서 김 총장과 선수협 수뇌부의 의견이 엇갈렸다
”
고 전했다. 김 총장은 구단들이 제시한 FA 등급제가 미흡한 점은 있지만, 일단 수용한 뒤 개선해 가자는 의견을 내놨다. 반면 이대호 선수협 회장을 비롯해 영향력 있는 대의원들은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김 총장은 공정위 제소에 대해서도 부정적 견해를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선수협의 제도 개선안 거부 결정을 바라보는 여론의 시선은 싸늘하다. 지난해 ‘FA 상한제’를 거부할 땐 소수일지언정 예비 FA 선수들이 피해를 봐선 안 된다는 대의가 있었다. 불합리한 상한제 독소조항을 받아들여선 안 된다는 공감대도 컸다.
당시 한 베테랑 선수는 “솔직히 80억 상한선에 걸리는 선수가 몇이나 되겠나. 개인적으로는 상한제를 받고 대신 제도 개선에 따르는 혜택을 받는 게 이익이다. 하지만 FA 자격 취득을 불과 두 달 앞둔 선수들이 있는데, 덜컥 상한제를 도입하는 건 옳지 않다고 본다. 다수의 이익을 위해 일부 선수에게 희생을 강요할 순 없다”는 생각을 밝혔다.
FA 제도를 그대로 유지한 결과, 일부 선수는 100억대 초대형 계약을 체결하며 수혜자가 됐다. 반면 노경은처럼 FA 미아가 돼 1년을 통째로 날리는 피해 사례도 나왔다. 불합리한 FA 규정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욱 커졌다. 구단들도 최근 내놓은 제도개선안에선 FA 상한제를 제외하는 등 한결 전향적인 자세를 취했다.
야구계에선 FA 등급제 합의를 어렵게 이끌어낸 만큼, 다소 아쉬운 부분이 있더라도 이번에는 선수협이 받아들일 거란 예상이 우세했다. 어떻게든 FA 등급제를 일단 도입해 시행하는 게 중요하단 공감대도 있었다. 하지만 선수협은 개선안 수용을 거부했다. 그간 선수협에 우호적이던 야구인들조차 분개할 정도로 기대와는 다른 선택을 한 선수협이다.
한 구단 관계자는
“
최근 한국 야구는 정말 큰 위기에 봉착했다. 구단과 선수들을 바라보는 팬들의 시선도 곱지 않다. 몇 년간 질질 끌었던 FA 등급제 도입이 절실하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건 한국 야구의 퇴화를 의미한다. 모두가 살기 위해선 변화의 첫걸음이 꼭 필요하다
”
고 등급제 도입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다른 야구 관계자는 “이번 결정으로 피해를 보는 건 극소수 스타급을 제외한 대부분의 선수들이다. 지금 제도가 그대로 유지되면, 노경은과 같은 FA 미아가 다시 발생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최저연봉, FA 취득기간 축소 등도 그대로 유지되게 됐다. 구단 입장에선 손해 볼 게 없다”고 지적했다.
공정위 제소가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도 의문이다. 앞의 야구 관계자는 “공정위가 에이전트 제도를 허용하지 않는 KBO 규약에 대해 시정명령을 내린 게 2001년 3월이다. 하지만 KBO는 ‘변호사 1명이 선수 1명만 대리할 수 있다’는 내용만 규약에 반영한 뒤 시행은 무작정 뒤로 미뤘다. 무려 18년이 지난 2018년 2월이 돼서야 에이전트 제도가 공식적으로 시행됐다”고 꼬집었다. 공정위 제소로 선수협이 얻을 게 없다는 지적이다.
여론으로부터 고립을 자초하는 자충수를 되풀이하고 있는 선수협이다. 전임 이호준 회장 시절엔 팬서비스를 볼모로 메리트 시스템 부활을 노렸다는 의혹을 샀다. 사실관계를 떠나, 논란 자체만으로도 가뜩이나 프로야구 선수들의 부실한 팬서비스에 불만이 많았던 여론에 기름을 붓기에는 충분했다. 논란이 커지자 이호준 회장이 책임을 지고 자진 사퇴했다.
이대호 회장 체제에선 ‘FA 4년 80억 상한제 수용’을 놓고 오락가락 행보를 보였다. 이번 FA 개선안 수용 거부도 “저연차-저연봉 선수 처우 개선을 우선하겠다”던 이대호 회장의 취임 당시 약속과는 동떨어진 결정이란 비판이 나온다.
“야구게임 수익 분배 둘러싼 불만이 총장 교체 이유” 해석도

선수협은 2017년 팬서비스를 메리트 시스템 부활에 연계시켰단 의혹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사진=엠스플뉴스)
일각에선 야구게임 퍼블리시티권 수익 분배를 둘러싼 불만이 사무총장 교체로 이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최근 야구게임에서 얻는 부가 수익이 큰 폭으로 줄면서 선수들 사이에 불만이 제기됐고, 이를 빌미로 김선웅 사무총장 대신 새 총장을 영입하게 됐다는 해석이다.
야구게임 퍼블리시티권 수익은 2013년까지 절정을 이뤘다. 야구게임 시장규모가 1천억 원대를 넘어서는가 하면, 선수 퍼블리시티권 판매로 선수협에 돌아오는 수익이 연 50억에 달하던 때도 있었다.
그러나 선수들 스스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갈랐다. 한번 돈의 맛을 본 선수협과 각종 선수단체는 퍼블리시티권 협상에서 무리한 금액을 요구했고, 이를 감당하지 못한 개발사들은 하나둘씩 야구게임 제작을 중단했다. 여기다 야구 인기 하락과 함께 야구게임의 인기도 하향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선수협의 수익이 줄어든 건 당연한 결과다.
모 구단 관계자는 “선수협이 아직 상황의 심각성을 잘 모르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
지금 KBO리그는 심각한 위기다. 2019년 4개 방송사 가운데 단 한 곳도 야구중계 평균 시청률 1% 이상을 기록하지 못했다. 일부 인기구단은 광고 완판에 실패해, 시즌 중에 가격을 낮춰 판매한 사례도 나왔다. 구단도 양보와 협조가 필요하지만, 선수협 역시 변화해야 하는 시기다. 소수의 고액연봉 선수만이 아닌, 전체 선수와 야구계 ‘판’을 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
한편 선수협은 12월 2일 정기총회를 열고, 이 자리에서 후임 총장 후보 소개와 선출을 동시에 진행할 예정이다. 야구계에선 새 사무총장 후보로 이대호 회장을 비롯한 수뇌부와 가까운 몇몇 야구 관계자의 이름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선수들의 목소리를 대신해주는 협회가 선수협회일텐데 왜 고액연봉선수들의 창구가 되었는지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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